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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임신이야기

시험관 동결이식 세번째 : 과정, 비용 정리

by 뭉글몽글 2023. 12. 27.

 

 

마지막 포스팅 이후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들었던 터라 글로 기록하는 것조차 싫었지만, 이제라도 기록해 두어야겠다. 어이없는 두번째 동결이식이 끝나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발버둥 쳤다. 과거의 잘못된 시술일정으로 소중한 기회와 많은 돈을 투여했다는 것이 오랜 기간, 심지어 지금까지 마음 한켠에 불편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나를 위해서는 빨리 훌훌 털고 앞으로 뛰어가야 하는 시기였다. 조급한 마음이 계속 들었고, 이렇든 저렇든 나는 힘들었었다.

 

그렇게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를 쓰는 것과 동시에 모든걸 때려친다거나,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있던 것.. 나는 너무나 자신이 없었고, 잇다른 실패에 자존감도 낮아진데다 사춘기 소녀마냥 내 주변의 감사했던 모든 것들이 모두 싫어지는 시기가 되었다. 그런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눈길이 따가웠고, 아프게했다.

 

아마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누군가의 격려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으므로.. 간섭받지 않고 오롯이 스스로 그간의 일들을 정리하고 스스로 일어날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까지는 '괜찮은척' 또는 '아무일 없는척'을 해가며 가족 모임, 친구 모임을 챙겼는데 그게 화근이였다. 괜찮지도 않고 아무일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지금의 상황이 모두에게 "비밀"인 상태인 것이 꽤나 마음에 걸렸고 답답했다.

 

시험관 시술이라는 것이 고차수로 향해갈수록 부담감이 커지고 집착하게 된다. 특히 이식하기 전후기간에는 외부환경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지내고 싶은데, 나는 그간 그렇지 못했었다. 이식 직전이든 직후이든 가족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내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특정 시간때마다 먹어야 하는 약, 맞아야 하는 주사, 넣어야 하는 질정이 있다보니 시험관 시술이 비공개인 상태에서 외부일정이 잡히는것 자체가 불편한 스트레스 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차수에는 가까운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시험관 시술을 하고있다고 알렸다. 그러니 내 사정을 좀 이해해달라고 말이다. 이렇게 오랜기간 시험관 시술에 갇혀있을 줄 몰랐는데, 길어지다보니 비공개가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된 것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편해졌다. 처음에는 가족행사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고, 그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남편에게도 뾰족한 말들을 내뱉는 나쁜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나는 점점 내 마음만 중요한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었다.

 

세번째 동결이식 사이클을 시작하면서 이식 전까지 매일 눈물이 났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하고, 산책하다가도, 자려고 누웠다가도 스트레스를 주체하지 못해 눈물이 났다. 시험관은 몸도 마음도 힘들다고 했는데 틀린말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내가 정신병이나 우울증에 걸린게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로 심적으로 피폐해졌다. '살면서 이렇게 힘든적이 있었나?' 돌이켜볼 정도로 심각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이식의 과정이 꽤나 복잡하고 힘들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제 세번째 동결이식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 시험관 동결이식 세번째 타임라인 별 히스토리 >

 

11월 9일 : 약 중단

지난 동결이식 때 사용하던 모든 약물 중단했다.(프로기노바/베이비아스피린/프롤루텍스/크녹산/유트로게스탄질정)

 

 

11월 13일 : 생리 1일차

약 중단하고 4일 후 생리를 시작했으나 이전과 다르게 생리양이 적고 갈색혈이 나와서 생리인지 아닌지 의아했다.

 

 

11월 14일 : 생리 2일차

병원 내원. 초음파 확인 시 내막 6.0mm으로 생리 2일차인데 두꺼운 편이였다. 교수님께 평소보다 생리가 이상하다고 말씀드렸더니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서 그러니 많이 걸으라고 하셨다. 나중에 카페와 블로그에 검색해보니 질정으로 막혀있어서 그럴수도 있다는 내용이 많았다. 추가로 채혈검사를 하고, Estradiol depot 엉덩이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 와서 먹기 시작했다. 프로기노바는 하루 3정(7시/2시반/10시), 베이비아스피린 1정(10시) 프로기노바는 일정 간격으로 먹으라고 하지만, 일정 간격보다 중요한것은 일정시간이라고 해서 아침약을 기준으로 7시간반 텀으로 먹었다.

* 병원비 60,560원 + 약국 10,400원 = 70,960원

 

 

11월 23일 : 생리 11일차

병원 내원. 초음파 확인 시 내막 6.4mm 밖에 되지 않았다. 생리 2일차보다 9일이나 지나서 방문했는데 그간 0.4mm 밖에 자라지 않은 것이다. 매일 눈물로 보내느라 자궁이 수축해서 내막도 자라지 않은 것 같았다. 그간 내막이 자라지 않아서 문제가 된 적이 없어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방문할걸... 차주 중으로 이식하기로 했었는데 내막이 자라지 않아서 이식을 미뤄야 한다고 하셨다. 현재의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는지 많은 처방을 해주셨다. 프로기노바 하루 3정 > 4정으로 증량하고, Estradiol depot주사와 Leucostim주사를 맞고, 맥시그라 질정도 2일치 처방해 주셨고 채혈도 하고 돌아갔다. 맥시그라는 하루 2번 아침저녁으로 질정으로 사용해야 한다. 맥시그라를 질정으로 사용하면 질이 살짝 붓거나 뜨거운 느낌이 있었는데 혈류가 돌면서 혈관이 확장한 느낌을 받은 것 같다. 맥시그라는 매우 작기때문에 조심히 넣어야 한다.

* 병원비 74,230원 + 약국 19,910원 = 94,140원

맥시그라맥시그라

 

11월 25일 : 생리 13일차

병원 내원. 초음파 확인 시 내막 7.5mm 로 많이 두꺼워졌다. 지난 이식때도 7.7mm를 확인하고 이식일정을 잡았었기에, 이날 이식일정을 잡을 줄 알았는데 이틀 뒤 한번 더 보자고 하셨다. 아무래도 지난번 진료 때 내막이 너무 안자랐어서 교수님이 심사숙고 하시는 것 같았다. 마음같아선 다음주에 이식이 잡혔으면 싶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교수님을 믿고 한번 더 진료를 보기로 했다. 이날도 Estradiol depot주사와 Leucostim주사를 맞고 채혈을 또 하고 돌아갔다. 아마도 류코스팀을 맞으면 배가 부글거리고 뻐근한게 불편한 느낌이 생긴다. 류코스팀이 암환자의 백혈구 생성을 도와주는 보조주사로 쓰인다고 알고 있는데, 나의 경우 nkcell을 조절하기 위해 주사를 사용하시는 것 같았다. (나의 nkcell 수치는 19) 그리고 프로기노바를 3정에서 4정으로 증량하는 바람에 기존에 처방받았던 약이 부족해서 추가로 받아왔다.

* 병원비 74,230원 + 약국 6,900원 = 81,130원

 

 

11월 27일 : 생리 15일차

병원 내원. 내막 두께는 8.1mm로 이전보다 두꺼워 진 것을 확인하고 이식날짜를 일주일 뒤로 확정했다. 이때도 Estradiol depot주사와 Leucostim주사를 맞고 채혈도 또 했는데, 채혈은 호르몬 수치를 보기위해서 매번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수치가 얼마가 나왔는지에 대한 언급은 한번도 없으셨다. 그저 정상이었겠지 생각만 할 뿐.. 이식 직전 한번만 하면 좋을 걸, 이틀 간격으로 세번이나 찌르니 양쪽 혈관이 모두 터졌고 이제 오른쪽 혈관은 수축해서 찔러도 피가 나오지 않는다. 이식 4일 전부터 맞을 프롤루텍스를 받고, 약국에서는 유트로게스탄 질정을 받아왔다. 프롤루텍스는 햇빛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므로 박스가 없는 일부 약물은 차광용 봉투에 담아 주셨다. 집에서 보관할 때도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관해야 한다.

* 병원비 347,750원 + 약국 94,400원 = 442,150원

프롤루텍스프롤루텍스

 

 

11월 30일 : 생리 18일차

동결이식 4일 전부터 오전 7시 프롤루텍스 자가주사 시작, 오전 10시와 오후 10시에 유트로게스탄 질정을 넣기 시작했다.

 

 

12월 4일 : 생리 22일차

동결이식. 오전 10시로 예약되어 있어서 채혈을 끝내고 9시 30분부터 기다렸지만 사람이 많아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11시30분 쯤 이식했던 것 같다. 이식 전 대기실에서 콩주사를 10분만에 빠르게 맞고, 4일 배양을 반나절 더 키워서 약 4.5일 정도 되는 배아 2개를 이식했다. 지난번 이식때도 콩주사를 맞았었는데, 그때 혈관통이 심했고 다맞고 나서는 혈관이 피부 위로 튀어나와 터지는 바람에 힘들었다고 말씀리니 오히려 빠르게 맞는게 안아플 수 있다며 수액을 빠르게 주입해 주셨는데 다행히도 이번에는 혈관통이 없었다. 다만 다 맞았는데도 주사를 안빼주셔서 피가 역류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식은 5분정도로 짧게 끝이 났고 회복실로 옮겨졌다. 병원 점심시간인지.. 회복실에 누워있는지 10분밖에 안됐는데 퇴장 안내를 해주셔서 편하게 누워있다 나오지 못했다. 크녹산 주사를 처방받았고 격일로 맞으라고 하셨다. 크녹산은 혈전방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때문에 크녹산을 맞으면 피가 진득하지 않고 묽어져서 수채화같은 피가 나오기 때문에 주사를 맞거나 채혈을 한 후에는 지혈을 잘 해주지 않으면 피가 잘 멈추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 병원비 417,570원

 

 

 

* 이식까지 발생한 비용은 총 1,105,950원

* 병원 내원 횟수 총 5회

지금까지 진행한 이식중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들었고, 병원 방문 횟수도 많았다.

 

 


이제 기다림의 시간.

큰 기대는 없었다. 긴 서론처럼 스트레스도 많았고 너무 울기도 했고 정신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에 이식을 강행한 것이여서..

이번 이식이 끝나면 다음달에는 자궁경을 하며 한달 쉬어가기로 계획까지 짜놓고, 쉬는동안 쉬러 갈 해외여행을 계획하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