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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임신이야기

시험관 임신 6주차 : 초음파, 첫 심장소리, 갑자기 아기집이 하나더?

by 뭉글몽글 2024. 1. 30.

 

지난주 5주차에 작은 아기집과 큰 난황을 보고 난 후 일주일이 흘렀다. 그 일주일간 힘들었던 2023년을 보내주고 2024년을 맞이했고, "우리 부부에게도 둘에서 셋이 되는 날이 오는 건가"하는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했던 것 같다. 이제 더 이상은 같은 힘듦이 없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한, 새로운 시련이 닥칠지 또한 모르는 일이지만 그간의 시련과 풍파를 함께 겪으면서 우리 부부는 많이 단단해졌으니,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원래 1월 2일, 6주 4일차에 병원 예약을 해두었었다. 그런데 남들보다 늦게 착상되었다 보니 지난주에 확인한 아기집이 작았던 게 아닐까 싶었고, 일중리 후에 갔을 때 아기집이 커져있지 않을까 봐.. 아기가 안보일까 봐 무서웠다. 아기가 더 커지길 바라는 마음에 진료를 이틀 미루었다. 6주차의 마지막날인 6주 6일차로..

 

 

 

 

6주차 증상

기초체온이 37.4 정도로 약간 미열의 상태가 유지된다. 가만히 있는데도 더웠다가 추웠다가 하고, 이마가 좀 뜨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궁 쪽이, 그러니까 와이존인 것 같기도 한데 그 부분이 밤새 뻐근해서 잠을 못 자는 날도 있었다. 옆으로 돌아누워도 정면을 보고 누워도 뻐근하고 찌릿하고 아려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서 신경이 많이 쓰였고, 밤새 뒤척이다 늦게 자는 날이 생겼다. 자궁이 커지느라 생기는 통증이라고 하는데, 부디 잘 커져서 아기집이 커져있었으면 좋겠다.

입덧은 아직 없다. 입덧이 있어야 아기가 잘 크고 있다는 말도 있고, 입덧이 없는 건 신의 선물이라고도 하던데.. 괜히 입덧이 없고 먹덧만 있으니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잘 먹어야 할 때이니 그냥 많이 먹고, 잘 먹고, 부지런히 먹고 물도 많이 마시자.

 

 

6주 6일차

그날도 진료실을 가기 전 초음파실에 먼저 들렀다. 얼마나 떨렸는지 모르겠다. 탈의실에서 위생치마를 갈아입으면서도 "제발 있어라.. 커져라.. 뛰어라.." 얼마나 생각했는지. 운이 좋게도 초음파를 제일 잘 봐주시는 1번 초음파실에서 나를 불렀다. 굴욕의자에 앉기 직전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는 게 느껴졌다. 그 짧은 순간, 앉을까 말까도 고민까지 했다.

 

초음파를 시작했고 화면으로 봤을 때는 지난주보다 확실히 커지긴 해서 잠시 기뻤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주 초음파와 다르게 아기집을 재면, 아기집 사이즈와 이 사이즈면 몇 주 차 정도의 평균 사이즈인지가 나왔다.

 

6주 초음파

 

 

아기집은 1.21cm였고, 이 사이즈로 추정되는 주차는 5주차 2일

아기는 0.55cm, 이 사이즈로 추정되는 주차는 6주차 2일

 

아기집이 아기보다 일주일 늦게 자라고 있다는 뜻

그리고 아기도 실제 주차보다 4일 늦게 자라고 있다는 뜻

 

아기는 4일 늦게 착상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딱 맞는 사이즈로 크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작은 아기집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심장박동수....

초음파 상에서는 난황과 아기가 붙어있어서 약간 세발문어처럼 생겼는데, 그 안에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무언가가 보였는데 그게 심장이라고 한다. 심장에 대고 심음측정을 했더니 "쿠궁쿠궁쿠궁"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심장소리라고 한다. 130bpm으로 6주차 주수에는 정상박동수였다.

 

 

그런데 분명 지난주에는 아기집 하나만 확인했는데, 오늘 보니 아기집이 하나 더 생겼다. 4일배양 배아 2개를 이식했으니,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지난주에 이곳저곳 샅샅이 뒤져봤을 때 하나뿐이었는데, 이번주에 하나가 더 생겼다고 한다. 교수님께서는 아기집처럼 생기지 않아서 아기집이 아닐 것 같다고 다음 주에 한번 더 확인해 보자고 하셨다.

 

갑자기 생긴 아기집이 같은 크기로 커지면서 태아가 생기고 심장박동을 확인하면 다태아인 거고, 그대로 유지되면 베니싱트윈이라고 했다. 베니싱트윈이란 쌍둥이소실이라고도 하며, 쌍둥이 중 하나가 도태된 상태를 말한다. 도태된 아기는 별다른 수술 없이 자연스럽게 몸속에 흡수되어 사라지기도 하며, 사라지지 않을 경우에는 출산할 때 함께 밖으로 배출된다.

 

 

아기집이 두 개일 거라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다태아일 경우 1차 피검사 수치부터 확 뛰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나는 피검 수치도 남들보다 낮게 시작해서 다태아는커녕 하나의 아기집이 늦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6주 초음파

 

 

여전히 유산기가 있다고 하셨고, 피고임도 있어서 타이유를 양쪽 엉덩이에 한 대씩 또 맞았다.

 

아기집이 두개여서 그런지, 아직 제대로 착상이 되지 않은건지, 피고임이 있어서 그런지 프롤루텍스를 하루 1번에서 2번으로 증량했다. 지금까지는 매일 오전 7시에 한번 맞았지만, 내일부터는 오전 9시, 오후 9시 두번 맞아야 한다. 7주까지 오면서 한번도 출혈이 없었지만, 피고임이 계속 있다고 해서 걱정되는건 매한가지이다. 빨리 안정기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 참고 : 프롤루텍스 주사는 호르몬제이므로 매일 동일 시간에 주사를 투여해야 하지만, 전후 2시간까지는 변경해도 무리가 없다고 하셔서 아침 투여시간을 뒤로 조정할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한 임신초기여서 밥 먹을 때 빼곤 계속 누워서 지내야 한다. 아기집이 완벽하게 붙지 않았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걸을 때마다 자궁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고 있어서 더 조심히 지내고 있다. 나는 언제쯤 자유로운 안정기가 될까?

 

 

6주차 임밍아웃 <가족>

여전히 불안한 우리지만, 시험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부모님들께 조금 이른 임밍아웃을 했다. 찾아뵙고 말씀드리지 못하게 돼서 양가 부모님께 영상통화로 초음파사진을 보여드리며 임신사신을 알렸다. 너무너무 기뻐하시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고, 시어머니께선 그간 걱정을 많이 하셨어서 그런지 임식소식을 듣자마자 펑펑 우셨다. 우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 울었다.

 

기뻐하셔서 기뻤다. 앞서 말했듯이 여전히 불안한 우리 아기.. 마음껏 기뻐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래도 기뻐하고 싶었고 조금은 기뻤다.

 

 

7주차까지 확인하고 난임센터는 졸업이라고 했다. 산과까지 잘 넘어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