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매일 매시간 아슬아슬한 것만 같았던 일주일이 또 흘렀고, 이제 차병원 8층 난임센터가 아닌 7층 산과로 진료를 받으러 갔다. 산과 예약은 2주 전에 해뒀는데, 나는 운이 좋게도 인기 교수님으로 진료예약을 할 수 있었고 산과는 처음이라 기대되기도 했다.
산과 분위기는 난임센터와 많이 다르다. 난임센터는 정적이 흐르는 와중에 대기도 길고, 근심걱정 가득한 사람이 많은데다 초음파사진은 가방에 꼭 숨겨두었다가 집에와서 봐야 하지만(국룰) 산과는 가끔은 시끌시끌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오신 분도 있다보니 분위기 자체가 밝은 것 같았다. 대기실에서도 굳이 남편과 소곤소곤 얘기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산과 첫 방문했을 때 순서
원무과(하이패스일 경우 생략) > 신체계측(키, 몸무게, 혈압) > 상담실에서 문진표 작성(차트생성) > 진료실 > 초음파실 > 진료실 > 수납
1. 신체계측
일산차병원의 경우 7층 "산과" 출입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좌측에 채혈실과 신체계측실이 보인다. 신체계측실에 가서 환자 바코드를 찍고 키/몸무게를 측정하고, 혈압을 잰 후 화면에 보이는 "전송" 버튼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기록 되고 진료실로 보내진다. 나도 따로 기록해두기 위해 매번 휴대폰으로 촬영을 해 두는 편이다.
2. 상담실
산과 첫진료를 위해서는 상담실에서 진료차트를 먼저 만들어야 했다. 신체계측실보다 더 안쪽에 있는 상담실에서 문진표를 작성하게 된다. 보통 나이/생년월일/보호자정보 등을 적지만 나는 이미 다니던 병원이여서 기록이 다 있었고 추가로 나의 병력, 가족 병력, 현재 주차와 복용하는 약, 영양제 등에 대해 기록 했다. 타 병원에서 전원하는 경우 어떤병원을 다녔는지, 그 병원에서 어디까지 검사를 진행했는지까지 적어야 하는 듯 했다.
문진표까지 작성되었다면 담당 교수님 진료실로 가서 바코드를 찍고 기다리면 간호사분이 나오셔서 초음파를 보고 오라고 안내 해 주신다.
3. 초음파
이상하게도 진료만 예약이 되어있고 초음파실 예약은 안해주셔서 초음파실 앞에서 30분 이상 기다렸다가 초음파를 봤다. 초음파는 예약 우선제여서 나처럼 예악안된 환자가 미리 체크인을 해도 예약한 사람이 오게되면 순서가 계속 뒤로 밀리게 된다. 이건 좀 불편했는데, 첫 진료이신 분들은 다들 초음파를 한없이 기다리는 걸 보니 뭔가 시스템이 잘못 된 듯 싶었다.(첫 진료를 위해서는 초음파도 필수이니까)
초음파실 앞에서 대기할때, 나는 또 습관처럼 긴장하고 있었다. 지난주 난임센터에서 들었던 말들이 곱씹듯이 생각나면서, 진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걸까.. 아무 준비를 하지 않고 온 나에게 오늘 무슨일이 생기진 않을까.. 왜 매주 이벤트가 생기는걸까.. 하면서 말이다. 남편도 같은 마음이였는지 마주잡은 손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게 느껴져서 괜시리 코끝이 찡해졌다.
마침내 내 차례가되어 초음파실로 들어갔는데, 9주 6일차였는데도 질초음파를 보게 됐다. 난임센터에서는 보호자가 함께 들어갈 수 없지만, 산과에서는 언제든 보호자가 함께 초음파실을 들어가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 남편은 초음파실을 처음 들어왔고 처음 접하게 되었기에 더 긴장되었나보다.
신기하게도 우리 아기는 그간 잘 자라고 있었다. CRL 3.07cm 로 10주 0일에 해당되는 사이즈이니 9주 6일차인 현재보다 1일정도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너무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빈공간이 적어 보여서 아기집에 아기가 가득한 것처럼 보여서 마음이 안좋았다. 이쯤되면 기적은 없다고 했지만 혹시라도 기적적으로 엄청 커지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말이다.
우리 아가는 심장이 175bpm으로 아주 잘 뛰고 있었다. 임신 초기에 무슨 이벤트가 생기든 심장에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고 들어왔었는데 우리 아기는 심장튼튼이 인것은 분명해 보였다. 강한 심장으로 잘 성장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또한번 한시름 놓았다.
이제 좀 컸다고 사람형태가 보인다. 아래 사진은 초음파를 위에서 찍은 모습인데, 아기가 양쪽팔을 오므려서 두 다리를 잡고 움츠려 있는 듯 해 보였다. 머리도 동그랗고.. 내가 자주하고 있는 자세와 똑같네. 위에서 찍은 모습에서는 아기가 있는 자리 옆에 공간이 꽤나 있어 보이는데, 측면으로 보면 꽉 차보여서 걱정이다. 3D로 보면 아기집이 어떻게 생겼을까?
그리고 아기의 오른쪽에 보이는 검은색으로 보이는 형체는 베니싱트윈으로 사라진 둘째의 흔적으로 보였다. 지난번 관찰했을 때 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더 커져있었다. 보통은 작아지면서 몸에 흡수되어 없어지기도 한다고 했는데, 나의 경우는 아닌 듯.
4. 진료
교수님과의 첫 만남이였다. 난임센터 담당 교수님은 짧고 간결하고 냉정하게 진료를 봐 주셨어서 차병원 특징인가 싶었는데, 그냥 교수님마다 다른듯 하다. 산과 교수님은 밝게 맞아 주셨고,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아기는 너무 잘 크고 있고 문제될 만한 곳은 없어 보인다고 하셨는데, 우리 부부는 항상 아기집 크기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아기집이 아직도 많이 작은지 여쭤보았는데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아기집도 정상이고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문제가 없다는 말을 처음들은 우리는 "진짠가..."하는 마음에 좀 아리송 했다. 지난주에 워낙 험한 말을 들어서 그런지 믿기 어려웠나보다.
그저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안심하라도 그러신건지 진짜 문제가 없어 보이셨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 2주 뒤에 1차 기형아검사를 하러 오라고 하셨다. 그간 매주 병원을 한달가까이 다녔던 나에게 2주 후라는 기간은 너무 멀어보였다. 일반 임산부들은 한달에 한번정도씩 병원을 찾을테지만, 나는 특별한 경우였기에...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입덧 때문에 입덧약을 처방받았고, 이미 입덧약을 먹고 있지만 입덧이 힘들어서 입덧수액을 맞고 가기로 했다.
5. 통합주사실(수액)
수액은 5층 통합주사실에서 맞게 된다. 입덧수액이라고 해서 특별할건 없고 항구토제와 비타민 영양 수액이였다.
입덧수액 성분
5% D/S 500ml (포도당 생리식염수)
Beecom hexa inj 2ml (비타민B 성분 중 핵심적인 6가지 성분인 B1, B2, B3, B5, B6, B12가 들어간 영양제)
Ascorbic acid DHN (비타민C)
Macperan inj 10ml/2ml (항구토제)
위 성분들을 다 섞으면 이렇게 박카스 색깔을 띠게 되고,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니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된다. 신기하게도 수액을 맞고 반나절 정도 정상인으로 살 수 있었다. 그동안 하루종일 만취상태로 떠돌아다니는 사람처럼 어지럽고 금방이라도 토할것 같은 마음을 안고 살았는데, 수액을 맞고나니 컨디션이나 헛개차를 원샷한것처럼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기분이였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간 먹지 못했던 음식을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다니 이것마저 감사할 따름이였다. 입덧수액의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니, 입덧이 심하다면 수액을 맞아 보는 것을 권장한다.
처음으로 아무런 이벤트 없는 병원 진료가 끝이 났다. 어안이 벙벙하면서 이게 맞는건가 싶기도 한데 이와중에 입덧이 심해지는거 보면 아기가 열심히 크려고 노력중인가 생각했다. 아직은 움직일때마다 배 안에 무언가 덜렁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불안하다. 예민한 편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탑예민이라고도 볼 수 있는 나는 아기집이 자궁에서 덜렁거리는게 느껴지는게 아닌지..
이렇게 산과 입성은 무사히 진행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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