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1년 같은 1주일이 지나 8주차 검진을 가는 날이다. 오늘은 8주차 검진이기도 하지만 그토록 오래 다녔던 난임센터를 졸업하는 날이기도 해서 기쁘면서 긴장되었던 건 사실이다. 매주 뜻하지 않은 다양한 이벤트를 맞이했던 나로서는, 8주차엔 또 어떤 이벤트가 생길지 두려웠다.
임신 주차별 이벤트
4주차까지는 낮은 피검수치, 늦은 착상의 이벤트
5주차에는 작은 아기집, 큰 난황의 이벤트
6주차에는 아기집이 하나 더 보이는 쌍둥이 가능성의 이벤트
7주차에는 베니싱트윈의 이벤트
8주차에는 어떤 이벤트일까?
정말이지 매주 일주일마다 시험에 가까스로 통과하는 느낌이며 만약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우울감, 그걸 이겨내기 위한 정신승리를 하기 위한 노력, 몇 안되는 긍정사례를 맹신하기 위한 생각들까지 괴로운것 투성이..
가끔은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까지 로또 1등 당첨이 되지 않았던건, 로또보다 확률이 낮아도 더 낮은 현재의 상황들을 이겨내는 행운을 주기 위함이였을지도 모른다고.
매주 시험에 통과하는 것은 짜릿한 쾌락을 줌과 동시에 막혔던 숨통이 잠깐 트이면서 아픈 느낌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이벤트에 대응해야 하기에 이러한 느낌 또한 오래 가지 못한다.
여튼 "난임센터 졸업"은 우리 부부에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이기에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여느날과 같이 초음파 > 혈압체크 > 진료실 순서로 진행이 된다.
8주 6일(1/18) 병원 진료 기록
1. 초음파
8주차에는 흔히들 초음파에서 "젤리곰"을 볼 수 있는 소중하고 짧은 시기이다. 지금까지는 타원형으로 넓적한 동그라미의 아가를 봤다면 8주차에는 발다리가 생성되어 돌출되는 시기이므로 하리보 젤리곰같은 모양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너무 늦게 가면 팔다리가 많이 길어져서 젤리곰과는 사뭇 다른 모양을 볼 수도 있다.
매주 확인하면서 매주 심장은 뛰는지 불안한건 왜일까? 하지만 이번에도 내 걱정돠는 달리 튼튼한 아기의 심장은 잘 뛰고 있었고, 아기와 아기집도 지난주보다 커져있었다. 그리고 나의 아기도 귀여운 젤리곰으로 변해있었다.
1) 8주차 아기 심박수
지난주보다 조금 빨라진 178bpm으로 정상범주에 든다. 8주차 정상 심박수는 148~172bpm, 9주차 정상 심박수는 155~192bpm으로 조금 더 빨라지게 되는데 나의 경우 9주차 직전이여서 9주차 심박수에 드는 것 같았다.
2) 8주차 아기크기(CRL)
아기는 지난주보다 0.36cm 커서 1.90cm가 되었다. 8주 2일정도로 추정되는 크기였는데 4일정도 늦는 것 같았다. 매일 1mm씩 자라진 않았지만 팔다리도 성장한 걸 보면 정상적인 것 같았다.
3) 8주차 아기집 크기(GS)
맘카페에서 나와 같은 주차 초음파 사진을 여러번 본터라 오늘도 내 아기집이 작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분들은 아기보다 아기집이 2배~5배가량 커서,큰 아기집에 작은 젤리곰을 보았다면 나의 경우 아기만한 아기집에 있는 젤리곰을 보게 됐다.
아기집 크기는 가로 2.53cm, 세로 3.3cm으로 재 주셨는데 7주 3일 크기라고 나왔다. 아기 크기는 8주 2일이고 아기집 크기는 7주 3일이라.. 지난주엔 2주정도 차이가 났는데 아기집이 커기면서 일주일정도 따라잡았다. 하지만 아직 일주일 정도 작아서 아기가 아기집에 껴있는 상황이다.
루이보스차를 매일 2리터씩 먹어도, 물을 평소보다 과하게 마셔도 아기집 크기를 키우는 효과는 없었나 보다.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주시지 않았지만, 두번째 아기의 아기집은 0.69cm, 난황크기 0.24cm 으로 첫번째 아기집보다 매우 작았지만 이상하게도 지난주보다 사이즈는 조금 커진 것 같다.
2. 혈압
118 / 86으로 지난주보다 조금 올랐다. 임산부 정상혈압 수치는 수축기 혈압 90~120mmHg, 이완기 혈압 60~80mmHg사이가 정상범위이다. 나는 이완기 혈압이 조금 높은편인 것 같은데,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정상으로 보였다.
3. 진료
난임센터의 마지막 진료가 시작됐다. 두번째 아기집은 유산된 것이 확실하고 첫번째 아기를 출산할 때 유산 된 아기집이 함께 배출될 것이라고 하셨다. 지난주에 어느정도 들었던 이야기이고 확인 차 다시 말씀주신 것 같다.
그리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남아있는 아기의 아기집이 너무 작은데, 커질거였으면 이미 커졌어야 하는데 커지지 않았다고. 작은 아기집으로 인해 언제 유산될 지 모르니,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셨다. 남은 배아도 폐기하지 마시고 꼭 연장해서 가지고 있으라고까지 말씀하셨다. 만약에 이렇게 임신이 유지되더라도 20주 이후에는 큰 병원에서 "양수 주입술"을 해야 할 수 있으니 알고 계시라는 이야기까지 잊지 않으셨다.
꼭 유산 될 거니 다시오라는 이야기로 들리는 건 나뿐이였을까. 아직까지 아기가 용케 살아있을 지 몰랐다는 반응으로 보인 건 나의 못된 마음이 만들었던 것일까.
그간 내가 걱정할 까봐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마지막 진료이다 보니, 솔직하게 현재의 상황을 말씀해 주신걸까.
유산, 양수주입술이라.. 8주차의 이벤트는 이거였구나.
나에게 행복한 임신기간이란 건 없을까. 심난하지만 내가 대비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아기가 잘 자라길 바라며 행복한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좋은 음악 듣고, 마음 편하게 있어야 할 뿐이다. 미리 겁먹어서 뭐할것이냐 만은 이런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벙쪄있다가 정신차리고 필요한 것들을 말씀드렸다. 지난주 처방해 주신 "프리렉틴" 입덧약이 잘 맞지 않아서 "디클렉틴"으로 처방을 요청 드렸다.
그리고 호르몬제제들은 있는것까지만 하고 종료하라고 하셨다.
프롤루텍스 하루 2번 : 1/22까지 맞고 종결
유트로게스탄 질정 하루 2번 : 1/20까지 사용하고 종결
베이비아스피린 하루 1번 : 1/21까지 복용하고 종결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작하면서 부터 사용했던 호르몬제제들은 임신 9주 3일까지 호르몬제제 사용하고 종결하게 된다.
호르몬제제의 종결은 사람마다 다르게 처방되는 듯 했다.
그리고 지금껏 유산위험이 있으니 누워지내라고 하셔서 한달도 넘는 기간을 누워서 지냈던 나는 자유가 되었다. 지금부터는 걸어다고 돌아다녀도 문제없을 거라고 하셨다.
그렇게 감사했다는 인사를 끝으로 마지막 진료를 보았고, 산모수첩을 받았다. 차병원 산모수첩은 예쁘다고 소문이 났던데 분홍색에 다이아 박힌 펜 때문인 듯 하다. 산모정보와 초음파사진 기록하는 곳, 캘린더, 메모하는 곳이 있었다.
초음파앨범을 따로 살까 했는데 산모수첩에 초음파 기록하는 곳이 있어서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실, 난임센터 졸업할 때 산모수첩을 받는다고 알아보고 간 것인데 챙겨주시지 않아서 따로 물어보니 주셨다. 아마 깜빡하신 듯 한데, 산모수첩에 대한 의미가 있는만큼 졸업하는 모든 분들이 받으셨으면 좋겠다.(졸업장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동안 이식날 수술실에서 화면으로만 보여줬던 배아사진은 졸업하는날 인화해서 주신다.
다음주부터는 일산차병원 산과에서 진료를 받게 된다. 산과 진료를 보기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보통은 난임센터 졸업하기 전 난임센터 교수님께서 산과를 알아보고 예약 하라고 알려 주신다. 나처럼 일산차병원 난임센터를 졸업하면서 일산차병원 산과로 이동하는 경우 난임센터 진료를 보고 7층으로 내려와 예약을 잡으면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본인이 원하는 출산병원에 별도로 예약을 해야 한다.
일산차병원 산과도 인기가 많아서 만약 원하는 교수님이 있더라도 예약하기 힘들 수 있다. 특히 여자 교수님은 모바일 앱으로는 절대 예약이 불가능하고, 초진일 경우 전화 또는 방문하여 예약해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운이 좋게도 병원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님에게 예약이 가능했다. 딱 한타임 남아있다고 받아주셨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또다시 온갖 걱정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산과 진료를 보러 가게 되겠지. 쉽지않고 평범하지 않은 날들에 적응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나의 임신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신 9주차 : 산과 첫진료, 입덧지옥, 입덧수액 맞아보기 (0) | 2024.03.13 |
---|---|
초보엄마를 위한 산모교실 다녀온 후기(아이웰망) : 재테크, 쏭쏭베이비마사지 (0) | 2024.02.27 |
시험관 임신 7주차 : 여전히 작은 아기집, 베니싱트윈, 크녹산 끝 (0) | 2024.02.16 |
임신 확인하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임산부등록, 자동차보험, 국민행복카드) (0) | 2024.02.13 |
시험관 임신 6주차 : 초음파, 첫 심장소리, 갑자기 아기집이 하나더? (0) | 2024.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