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동결 1차 실패와 함께 멘탈 바사삭 타임이 왔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바로 2차에 돌입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씩씩해 보이겠지만 사실은 우렁차게 며칠정도 울었던 것 같다. 남들은 너무나 쉬워 보이는 자연임신, 그리고 조금 어려워도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1차에 성공했다는 지인들을 여럿 보았지만 나는 그리 쉬운 길은 아닌 듯하다.
같은 기간에 시험관 1차를 같이 시작한 언니가 있는데 불운하게도 언니는 성공하고 나는 실패했다. 그때부터 서로 먼저 연락하는 것이 각자의 이유로 "멈칫"하게 되었던 것 같다. 불편해지는 감정은 항상 회피하고 싶다. 괜찮은 척 먼저 연락을 하려 해 봐도 실상 괜찮지 않아서.. 이런 척 저런 척하는 게 지겨워서 나도 이내 그 관계를 잠시 내려놨다.
같이 성공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나를 탓하며.. 언젠가 나도 좋은 소식을 꾸러미채 들고 기쁜 마음으로 먼저 연락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관계는 언제나 서로가 편해야 하기에
시험관 동결 2차 진행 과정
시작하기에 앞서 담당 주치의 교수님을 변경했다. 장장 5개월여간 거의 매주 진료를 보며 교수님과의 내적 친밀감, 신뢰감이 쌓일 대로 쌓여있었지만 시술시간 무한 지연, 일부 의견이 맞지 않는 게 걸렸기 때문이다.
난임이라는 다소 예민한 분야이다 보니 담당 주치의와 환자인 나의 케미도 중요하긴 하다.
1. 10/15 생리 시작 : 생리 1일차
2. 10/17 병원 진료 : 생리 3일차
담당 주치의 변경되어 기존 히스토리 확인해 주셨다. 교수님마다 차수마다 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이식 전 진행하는 검사 또는 요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 nkcell 수치 검사하기로 함(혈액검사)
2) 현재 동결배아 4일 배아 4개, 3일배아 5개 중 이번 이식에는 4일배아 2개 이식하기로 함
3) 초음파 확인, 자궁내막 4.0mm
4) Estradiol depot 주사 처방 : 내막 두꺼워지는 주사
5) 프로기노바 하루 3정 복용 : 내막 두꺼워지게 하는 약
6) 베이비아스피린 1정 복용 : 혈전 방지 약
병원(진료+초음파+채혈) 비용 : 109,870원
약국 비용 : 14,600원
총비용 : 124,470원
3. 10/23 병원 진료 : 생리 9일차
보통 일주일 후 2차 진료를 본다. 주사와 복용한 약의 효과가 있었는지 내막이 자랐는지 점검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나는 nkcell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너무 궁금했다. 1차 이식의 실패 요인에 집착하는 편이었거든.
1) nkcell 수치 결과 확인 : 나의 nkcell 수치는 19.2인데, "12 이하"를 평균으로 보기에 다소 높은 수준. 이식날 면역글로불린 주사 처방 필요. 다만, 최근 면역글로불린 주사 재고가 없어서 이식날 상황에 따라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못 맞게 될 수도 있는데 이때 콩주사로 대체될 수 있다고 함
2) 초음파 확인, 자궁내막 7.7mm, 내막 두꺼워진 것 확인하고 이식일자 잡음
3) Estradiol depot 주사 처방 : 내막 두꺼워지는 주사, 지난주에 이어 한번 더 맞았는데 내막 두꺼워지는 효과뿐 아니라 내막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효능 설명이 '아' 다르고 '어'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자궁내막에 긍정적인 호르몬 주사라고 보면 된다.
4) leucostim 주사 처방 : 자궁 내 혈액공급을 활발하게 하는 주사. 이 주사는 맞고 집에 와서부터 혈류가 돌아서 그런지 아랫배(아마도 자궁)가 뻐근하고 통증 있었다. 무언가 활발한 작용을 하는 게 분명할 것 같은 그런 느낌.
5) 프로기노바 하루 3정, 베이비아스피린 1정 복용 그대로 유지 : 이 약들은 생리 2일차부터 피검사결과 나오는 날까지 계속 복용해야 한다.
6) 이식일 5일 전(10/26)부터 유트로게스탄 질정 2정(12시간마다), 프롤루텍스 주사 1개 맞음.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제제인데 배아가 이식되기 전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올려서 자궁이 배란되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서 배아를 이식하면 착상되게 되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병원(진료+초음파+주사) 비용 : 277,030원
약국 비용 : 94,400원
총비용 : 371,430원
4. 10/31 동결 이식 : 생리 17일차
오전 9시 40분 4일 배아 2개 이식함
역시나 면역글로불린 주사 재고 부족으로 이식 후 콩주사 맞음
크녹산(헤파린) 주사 맞음. 앞으로 2일 간격으로 크녹산 주사 처방받음. 피를 묽게 해 주어 약, 주사 흡수를 도와주는 주사
병원(채혈+이식+콩주사+주사) 비용 : 362,320원
+ 이식당일 피검사 결과 프로게스테론 수치 50.6 (동결 1차 이식 당일 프로게스테론 수치 14.3에 비해 월등히 높아짐)
5. 11/6 면역글로불린 주사 : 생리 23일차
동결 이식 당일 맞았어야 하지만 재고부족으로 맞지 못했던 면역글로불린 주사가 들어왔다고 해서 맞으러 다녀왔다. 지금 맞기에 늦은 거 아닌가 고민되어 진료실에 가서 여쭤보았는데 이식 전후 당일에 맞아도 효과가 있기에 처방을 주신 것이라고 한다. 면역글로불린 주사는 사람의 혈액 중 일부를 추출하여 만든 주사여서 그런지 가격이 비싸다.
환자의 몸무게에 따라 용량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나는 200ml 한병 맞았다. (현재 몸무게 53kg)
다른 병원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8병을 맞았다는 분도 보았는데 병당 ml이 다양하게 나오는데 아마도 그분은 25ml짜리를 8병 (총 200ml) 맞으신 게 아닐까 추측했다.
병원(면역글로불린 주사) 비용 : 515,520원
6. 11/10 피검사 : 생리 27일차
이식 10일 후 피검사 진행. 임신수치 0.2으로 종결
복용 약, 주사, 질정 모두 끊음
병원(진료+채혈) 비용 : 14,400원
시험관 동결 2차 비용
전체(1,388,140원)-정부지원금(500,000원) : 실제 소진 비용(888,140원)
Date | 생리일차 | 금액(본인부담) | 정부지원금 | 검사항목&처방 |
---|---|---|---|---|
2023-10-17 | +3 | 109,870 | 0 | 진료, 초음파, 채혈 |
2023-10-17 | +3 | 14,600 | 0 | 프로기노바 90정, 아스피린 30정 |
2023-10-23 | +9 | 0 | 277,030 | 진료, 초음파, 프롤루텍스 주사 20개 |
2023-10-23 | +9 | 94,400 | 0 | 유트로게스탄질정 40개 |
2023-10-31 | +17 | 139,350 | 222,970 | 동결이식, 콩주사, 크녹산 주사 5개 |
2023-11-06 | +23 | 515,520 | 0 | 면역글로불린 200ml 주사 |
2023-11-10 | +27 | 14,400 | 0 | 진료, 채혈 |
total | 888,140 | 500,000 | 1,388,140 |
시험관 동결 2차 과정(스케줄)
동결이식 과정 동안 병원은 총 5번 방문했다. 지난 1차 때보다 한번 더 방문했던 이유는 '면역글로불린 주사'때문이었다.
실패 요인
동결 1차 때의 실패요인을 보완해서 진행됐지만 이번 2차에도 중요한 오류가 있었다.
주치의 교수님께서 워낙 단호박, 단칼, 단호, 완벽주의자와 같은 호칭을 달고 계시던 분이라 나 또한 철썩같이 믿고 토하나 달지 않고 처방 내려주시는 대로 따라갔다. 모든 일정이 다 계획되어 있고 자신감 있는 모습에 매료되어 매우 믿음직했다. 글머리에 썼던 시험관 1차 만에 성공한 언니의 주치의였기에, 나 또한 이번에는 교수님이 성공시켜 주시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피검사하기 하루 전날, 떨리는 마음으로 임테기에 손을 댔다. 두줄이 나오면 다음날 진료에서 주사를 더 가져와야 하는데 차병원 특성상 진료 후 피검사를 하기에 진료 볼 때에는 임신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료를 보러 들어가면 임테기 해보셨냐고 물어보신다.
아무튼 나는 당찬 한 줄을 봤고 실패요인을 알아봤다.
나는 이번에 4일 배양된 배아를 이식하는 것이므로 이식하기 4일 전부터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사용했어야 하는데, 나는 5일 전부터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사용했던 것이다.
호르몬제로 사용하여 진행되는 과정인 만큼, 일정한 시간,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3일 배양은 3일 전부터, 4일 배양은 4일 전부터, 그리고 5일 배양은 5일 전부터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쓴다.
자궁을 배란된 지 3일, 4일, 5일이 지났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부분인 것이다.
피검사하는 날 진료를 보면서 교수님께 "저는 4일 배양 이식인데 프로게스테론을 5일 전부터 사용했어요. 이게 맞나요? 4일 전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여쭈어 보았더니 적잖이 당황하신 모습이 역력했다.
중간에 이식날이 바뀌었었냐고 나에게 물어보셨지만 나는 그런 적이 없었다. 처음 정했던 그날, 그 시간에 이식 했다.
결론은 "4일 배양은 4일 전부터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도 그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타이밍
소중한 기회가 이렇게 날아간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웠지만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실패요인을 보완해서 다시 3차로 달려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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