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기에 들어서니 초기 때보다 한결 편안하다. 지난번 정밀초음파까지 아무 일 없이 통과했으니, 이제 임신성 당뇨검사(임당검사)만 통과한다면 출산까지 더 이상의 이벤트는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직까지 "심실중격결손"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내 마음속으로..)
어찌됐든 다시 오지 않을 안락한 중기 생활을 만끽하고 싶었다.
4월 19일, 22주 0일차
반짝이랑 단둘이 사진 찍기
현대백화점에서 인생사진관 팝업스토어가 열렸었다. 이벤트 기간 내에 방문하면 여러 가지 컨셉으로 꾸며진 장소에서 셀프로 사진을 찍어볼 수 있었다. 남편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이벤트 마지막날 반짝이랑 단둘이 가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입구에서 QR코드를 하나 받게 되는데, 잘 만들어진 컨셉들 앞에 설치된 카메라에 QR코드를 찍으면 타이머가 시작되고 총 4컷을 찍을 수 있다. 처음 찍었을 때에는 포즈나 장식품 생각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덩그러니 정면을 바라보며 당황하며 찍었는데 생각보다 4컷은 금방 지나간다..
어영부영 왔다 갔다 하면서 4컷을 찍고, 다시 찍고 싶어서 QR을 다시 갖다 댔지만 실패. 한 컨셉당 4컷만 찍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긴, 여러 번 찍을 수 있게 만들어 놓으면 사람 많을 때에는 오래 걸리겠구나.
아직은 배를 동그랗게 부여잡고 사진 찍는 게 영 어설퍼 보이기도 하고,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20주 이후부터 부지런히 볼록해지는 배를 보며 나름 뿌듯했다.
혹시나 필요할까 싶어서 가장 최근에 찍은 초음파 사진도 챙겨갔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초음파 사진을 이리저리 휘날리며 재밌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만,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컨셉만 만들어진 예쁜 곳에서는 폰카로 찍어야 했는데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못 찍은 게 좀 아쉽다.
만삭촬영은 더 예쁘게 찍을 수 있겠지?
4월 20일, 22주 1일차
아빠 생신이라 시골에 내려가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정이 멀다 보니, 내가 임신하고 나서 엄마아빠를 지난달에 처음 만났는데 엄마는 그때부터 나 말고 반짝이한테만 말을 거는 것 같다.
"우리 반짝이 왔니~"
라고 말하며 내 얼굴보다 내 배를 먼저 어루만지는 우리 엄마.. ㅎㅎ
그러고 보니 임신하고 처음으로 시골에 내려가는 거니.. 반년 이상이 흘렀다.
4월 25일, 22주 6일
친구와 경복궁 산책
전날 비가 우렁차게 왔던 여독이 풀리지 않았던 것인지 날씨가 좋지는 않았지만, 10시쯔음부터 부지런히 걸었더니 점심쯔음엔 햇빛이 비쳤다. 조용하고 고즈넉하게 궁을 보며 산책을 하는 게 우리의 계획이었지만, 수많은 여행객들과 소풍 나온 학생들까지 합쳐져서 시장통 같은 경복궁이었다.
불과 4년 전쯤 왔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날 만난 친구는 예전 회사 동료인데, 퇴사를 하고도 끊이지 않고 만나게 되는 몇 안 되는 내 인연이다. 각자 이직도 하고 이사도 가고, 결혼도 하면서 많은 게 변했지만 여전히 만나면 시시콜콜 수다 떨고 웃을 일이 있다는 게 행복했다.
부정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은 친구를 보면서 태교를 한 셈.
경복궁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미술관을 지나오는데 인사동 쪽에 꽃밭이 새로 생겼다. 서울은 이렇게도 자주 변하는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사장이었고 황무지였는데 이렇게 예쁜 유채꽃을 수백 평을 만들어놨다니...
평소에는 음식점 대기하는 행동을 극혐 하지만, 이날은 꼭 먹어야겠어서 30분 이상을 기다렸다가 샐러드를 먹었다. 사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음식점을 찾아갔지만 거기도 똑같이 웨이팅이 있어서 다시 돌아와서 기다려서 먹었다.
기다리는 건 너무나 싫었지만, 막상 음식을 먹어보니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음에 이 동네에 놀러 와도 또 먹으러 올 것 같은 맛이었다. 샐러드, 브런치 너무 좋아
아침부터 만나서 브런치와 카페까지 두들겨 팼지만 강원도에 사는 이 친구와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 저녁으로 평양냉면까지 두들겨 팼다. 신이 나서 너무 걸었더니 배가 당기고 아프다 했더니.. 만 8 천보를 걸었더라.
헤어지는 시간이 직장인들 퇴근시간과 겹쳐서 지하철이 불타는 지옥이었다. 임산부 배려석은 아무도 비켜주지 않았고, 배는 아프고, 땀은 나고... 잠시 내렸다가 다른 열차를 타기를 몇 번이나 하면서 평소보다 귀가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갑자기 이 몸으로 서울로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내 삶에 감사하게 됐다.
친구한테 비밀이지만 다음날 앓아누웠다. 임산부들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4월 27일, 23주 2일
친구들과 베이비 샤워
남쪽 멀리 사는 친구와 만나기 위해 오래전부터 픽스해 둔 약속.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인데, 우리 네 명 중 세명은 서울과 경기도에 있지만 한 명은 남쪽 멀리 있어서 다 같이 만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남쪽 친구는 일찍 결혼해서 아이가 셋이라 더욱이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 임신소식을 듣고 세상에서 가장 기뻐하고 축하해 준 친구였고, 1년에 한 번은 꼭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쪽친구가 내가 살고 있는 일산까지 올라와 주었다. (감동)
원래는 서울 도심에서 만나서 유명 맛집도 가보고, 좋은 숙소에서 밤새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한사코 말림을 당했다. 임산부는 절대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성북에 사는 사는 친구도 송파에 사는 친구까지 모두 우리 동네로 온다고 했다.
나는 집 밖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서울에 놀러 가는 것에 한껏 기대하고 있었지만, 생각해 보니 경복궁 산책 때 무리해서 배가 아팠던 기억이 나서 조용히 수긍하고 일산에서 모였다.
그냥 하얀색 원피스를 가져오라던 친구말에 신났었는데, 생각보다 친구가 많은 준비를 해서 파티룸을 만들어주었다. 나 사진 찍으면 긴장하고 땀나는데.. 근데 왜 재밌고 행복하지?
5월 1일~5일, 23주 5일~24주 2일
제주도 여행(태교 여행)+병원에서 입덧약 추가 처방
임신 중기에 접어들면서 예전보다 입덧이 약해졌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한 알 먹던 입덧약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어디에선가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이틀에 한 알, 사흘에 한 알을 먹어가며 항상 먹던 디클렉틴 입덧약을 남김없이 먹었고, 임신 초기에 받아두었다가 효과가 적어서 남겨둔 프리렉틴 입덧약이 남아있어서 그리 불안하지 않았다.
그런데 입덧약을 아예 끊어버리면 울렁거리고 신물과 함께 토덧이 다시 나타났고(입덧이 끝난 게 아니었다), 프리렉틴을 먹었지만 예전처럼 효과가 없었다. 이제 제주도로 떠나야 하는데, 가서 먹고 싶은 음식들이 많은데 입덧이 시작되어서 조바심이 났다. 다행히 제주도로 출발하는 시간이 오후여서, 오전에 차병원에 들러 기존에 먹던 디클렉틴 28정을 처방받아서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디클렉틴은 6월 1일 부로 보험적용이 가능해졌다. 나는 5월까지 입덧약을 먹었는데, 그간 약 30만 원어치를 먹었는데.. 그래도 다른 산모들이 이전보다 입덧약의 비용 부담을 줄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함)
난생처음 공항에서는 우선검색대에서 X-ray 검사 없이 기다림 없이 검색대를 통과했고(손으로 몸수색), 출발하는 날 날씨가 좋지 않아 보였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였다.
어느 항공사이든 티켓팅을 할 때 임산부임을 말씀드리면, 교통약자 우선좌석에 배정을 해 주신다. 교통약사 우선좌석은 대체로 비행기 앞쪽부터 5열정도 까지 자리를 말한다. 미리 앱에서 모바일 체크인으로 자리배정을 해두지 않아도 당일 항공사에 짐을 맡기면서 앞쪽 좌석으로 잡아주셔서 좋은 것 같다.
그리고 티켓에도 임산부임을 체크해 주시지만, 티켓에 붙은 스티커의 큰 유효성은 없다.
비행기 탑승할 때에도 우선탑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다. 나의 경우, 김포에서 제주로 갈 때에는 우선검색대 통과+교통약자 우선좌석+탑승 우선적용되어 좋았는데,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갈 때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모든 비행기가 지연되면서 "탑승 우선적용"조차 무용지물이었다.
끊임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반짝아 무럭무럭 자라렴" 태교를 했다.(그냥 내가 먹고 싶었다)
제주도 맛집 리스트
1. 용두네 해장국(우주접짝뼈국/고사리해장국)
2. 애월 온기(전복 물회/전복 솥밥)
3. 돝밭(흑돼지고기)
4. 리보스코화덕피자(해녀톳도우 유채꽃현무암치킨 피자)
5. 당당(브런치 수플레/오믈렛 샌드위치)
6. 명랑스낵(떡볶이/한치튀김)
7. 히든 클리프 리조트 조식
8. 공천포식당(전복 물회/전복 덮밥)
9. 서귀포시장 마농치킨
10. 서귀포시장 과일오메기떡
내 반쪽이랑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재미나게 보냈다.
히든클리프에서는 첫날 에어컨 고장으로 찜통으로 하루를 보낸 게 아쉬웠지만(이렇게 돈을 내고 불편하게 잤다는 것에 불편), 조식도 맛있었고 산책로와 풀장도 재밌게 놀다 와서 크게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날 새벽까지 제주도와 남부지방에는 폭우가 쏟아졌고, 집에 못 돌아가면 하루 더 놀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지만 우리 비행기는 서너 시간 연기되었지만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공항에서 수많은 항송가의 비행 취소와 연기되는 통에 앉을자리 하나 없이 몇 시간을 대기하는 것이 힘들긴 했다.
5월 9일, 24주 6일
엄마랑 언니랑 아기 옷 쇼핑
타임스퀘어에서 셋이 만나 반짝이 옷을 쇼핑했다. 아직 아무것도 사본적이 없어서 이 날이 반짝이 용품을 사는 첫날이었다.
H&M에서 긴팔 바디슈트와 바지세트, 신생아 양말(손가락 반마디 사이즈만큼 작음), 유니클로에서 민소매와 반소매를 섞어서 메쉬소재인 것과 면소재인 것을 섞어서 무려 5개나 샀다.
여름아기라 더워서 태열이 올라올까 봐 걱정되긴 하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건 더 사면될 것 같다.
5월 11일, 25주 1일
킨텍스 베이비페어
이제 슬슬 육아용품을 준비해야 해서 킨텍스에서 개최하는 베이비페어에 다녀왔다.
우선 눈여겨보던 카시트를 구경했는데 "악스키드 스핀키드 에어셀"제품이다. 이번에 카키색이 신규로 출시되었다고 하고 베페에서 구매 시 84만원, 전시상품 구매 시 70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그레이 컬러의 전시상품이 이미 팔려서 70만원대로 구매는 물 건너갔다. 84만원은 인터넷 공식홈페이지나 네이버 쇼핑, 베이비하우스에서도 가격이 동일했기에 베페에서 구매하면 좋은 장점이 없어서 일단 구매는 홀딩했다.
다음으로 손수건을 보러 갔는데, 선물 받은 엠보손수건이 약 20여 장 있었기에 엠보 10장, 가제 20장 정도 사려고 했다. 그러나 엠보는 30장씩 판매를 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엠보 30장과 가제 20장을 사 왔고, 천기저귀도 4장 무늬별로 사 왔다.
마지막으로 산후도우미 업체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원래 도우미를 이용할 계획이 없었지만 주변 경험자들의 추천으로 예약까지 하고 왔다. 엔젤스맘은 여러 지점이 있는데, 파주고양지점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지점인 것 같았다. 인터넷 후기도 찾기 힘들고, 나라에서 제공하는 업체정보에도 아직 등급이 없을 정도여서 불안하다. 바꿔야 할까? 좀 더 고민해 보기로.
집에 와서 보니 손수건이 뭔가 이상했다.
아기 손수건이 뭐가 다른지 몰라서 나름 검색까지 하고 엠보와 가제손수건을 몇 장씩 사야지 생각하고 갔고, 여러 손수건을 만져보고 엠보 30장과 가제 20장을 사 왔지만 알고 보니 가제 20장도 내가 생각하는 거즈손수건이 아닌 엠보 손수건이었다는 것.. 가제와 거즈가 같은 뜻의 용어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면 미세하게 다르다.
엠보손수건과 가제손수건을 통틀어 일반손수건으로 불리며, 거즈손수건은 아주 얇고 격자무늬로 된 손수건이라는 것이다. 내가 산 가제손수건도 아주 부드럽고 얇았지만 무늬가 격자무늬가 아닌 다이아몬드 무늬였고, 이건 그냥 엠보손수건이라고 한다.
나는 엠보손수건 50장을 사 왔다... 나중에 거즈손수건을 다시 구매해야겠다.
엠보손수건도 5장 별로 무늬를 다르게 사 왔으니, 여우와 곰돌이는 엉덩이 닦는 용으로 쓰고 나머지는 턱받이 침, 얼굴, 몸 닦는 용으로 쓰려고 한다.
그리고 눈여겨봐 왔던 귀여운 젤리캣 한 마리를 사 왔다. 미디움 사이즈(M)가 4만 4천원으로 가격이 매우 사악했지만, 우리 아이와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외에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쪽쪽이, 수유패드, 로션, 물티슈, 소독스프레이를 받았다.
그리고 엔젤스맘 산후도우미 계약을 하면서 마스크와 엠보손수건, 바디슈트 5개 묶음을 받아왔다. 현장에서는 정신이 없어서 확인을 못했는데, 집에 와서 계약서를 보니 예약을 취소하게 되면 증정으로 받은 바디슈트 직접 사무실에 반납해야 한다고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었다. 이거 참.. 귀찮아서 반납도 못하게 생겼다.
아름다운 임신중기, 한 달을 이렇게나 행복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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